서울창업신문

공부, 여행, 직업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중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도 있지만, Fabienne Valmond(파비엔 발몬드)는 본인처럼 한국어는 못하더라도 지역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외국인들을 위해 I ART SEOUL(이하 I.A.S)을 만들었다. 발몬드를 만나 I.A.S.에 대해 더 알아봤다.

I ART SEOUL 대표 Fabienne Valmond(파비엔 발몬드) / 사진=SCN

I ART SEOUL

I ART SEOUL은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회 등 행사 정보를 소개하고, 참석자와 주최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웹사이트입니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사이트는 모두 영어로 되어있습니다.

친목을 위한 술자리보다 문화적 의미가 있거나 참가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벤트를 위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행사 검색과 등록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사이트 내에서 티켓 판매까지 가능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대학원 학기가 시작하기 한 달 전 한국에 오게 됐고, 남은 시간 동안 할 일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때 다양한 이벤트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서울에서 개최하는 행사를 한 곳에 모아둔 웹사이트는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모든 행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티켓 구매까지 가능한 영어 사이트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 처음에는 블로그로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니 행사에 더 많이 참석하게 되고, 네트워킹과 소셜 미디어 홍보 등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수익을 낼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I.A.S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두 명의 팀원과 함께 일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사이트 제작부터 네트워킹, 해외 행사 참석, 스타트업 대회 지원까지 모두 제가 도맡아서 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원 수업도 들으면서 I.A.S. 관련 일도 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모든 걸 어떻게 혼자 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창업

대학교 졸업 후 2011년 대구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했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미국으로 돌아가 일을 하다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알아보던 중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지금 재학 중인 대학원에 대해 듣게 되어 한국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우연한 기회로 창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너만의 서울을 찾아라’라고 쓰여있는 I ART SEOUL 웹사이트 / 사진=SCN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외국인 친구를 위해 함께 서울 글로벌 센터에 방문했고, 그때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상담을 도와주신 분에게 I.A.S를 설명했고,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면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더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개인 부동산을 거래하기 위해선 사업자 등록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미국에서 한 부동산업이 제 첫 창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경험은 있지만,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새로운 개념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이라 하면 가장 먼저 실리콘 밸리가 생각나고, 똑똑하고 IT기술에 특화된 사람들만의 것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사회학 쪽을 공부해왔기 때문에, 저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창업이란 건 물론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어렵지만,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다면, 기술적 배경이 없어도 뛰어들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저도 물론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관련 책을 읽으면서 독학했고,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CEO가 되고 나니 부담감도 크지만, 오히려 동기부여가 됩니다. 일이 많아 피곤할 때도 더 많은 행사를 찾아 다니고, 다양한 스타트업 대회에 참가하려 노력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대회에 지원했다가 탈락했지만, 현장 속에 있으면 배울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해 자원봉사자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걸 도전할 때마다 하나씩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창업하기

창업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팀원을 모으는 거였습니다. 아직 수익을 내는 단계가 아니다 보니 임금을 줄 수 없었고, 대부분 월급을 주지 못하면 I.A.S.에서 일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이 있는 두 팀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중 웹 개발자를 맡은 한 팀원은 이미 VR 게임 스타트업을 창업했지만, I.A.S.와 함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네트워킹하고, 더 배우기 위해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어려운 점은 물론 언어입니다. 팀원들과 달리 저는 아직 한국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혼자 모든 일을 맡을 당시에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팀원들 덕분에 그런 문제를 줄여가는 중입니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 겪는 문제점은 있지만, 그건 언어의 문제이지 제가 한국인이 아니어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과 한국에서 경영한 회사의 성격이 다른 탓도 있겠지만, 미국에 비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가이드라인이 더 명확하고, 많은 걸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실리콘 밸리가 서부에 있다 보니 제가 살던 동부에는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션 등 지원 사업이 많지 않았습니다.

또, 미국의 지원사업은 영어로 쓰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서류를 가지고 어디에 가야 하는지, 혹은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는 건지 등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와 반대로 한국의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비즈니스 계획 수립부터 마케팅 전략, 1대1 멘토링까지 체계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인식을 받았습니다. 물론 제 경험에 한해서 느낀 것들입니다.

I ART SEOUL의 최종 미션

I ART SEOUL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 / 사진=I ART SEOUL 공식 인스타그램

지금 I.A.S.가 집중하고 있는 일은 법인 설립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법인 설립을 하려면 그에 맞는 비자가 필요하고, 비자를 얻기 위해선 사업이 수익화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그것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매 달 약 30%의 방문객 증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I.A.S.를 통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열리는 예술, 문화 관련 행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사회를 성장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저는 약 40여 개 나라를 여행했지만, 두 번 이상 방문한 나라들은 모두 관광 명소보다 지역 행사 참여를 통해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나라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들도 I.A.S.를 통해 다시 한국에 오고 싶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발몬드에게 향수병은 없는지 물어보자 다른 것보다 전시회나 마당에서 열리는 재즈 콘서트 등 워싱턴DC의 다양한 지역행사가 그립다고 대답했다.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등 IT 관련 이벤트와 세미나가 쏟아지는 와중에 예술과 지역 문화까지 경험하고 싶다면 I ART SEOUL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 기사는 파비엔 발몬드와 인터뷰를 번역하여 작성했습니다.

올바른 창업·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서울창업신문>은 ‘I ART SEOUL’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