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라면강국 베트남에서는 이미 라면시장이 포화상태로 성장속도가 둔화화면서 세분 시장이나 유통채널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31일 코트라(KOTRA)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라면을 먹고 1인당 라면 소비량 또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라면협회(WINA)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베트남의 지난해 총 라면 소비량은 50억6000만개로 세계 다섯번째 라면 소비를 자랑했다.

연간 1인당 라면 소비량은 한국이 1위(73.7개), 베트남이 2위(53.5개)로 세계 평균이 13.3개임을 감안할 때, 베트남의 인구당 라면 소비량은 세계 평균보다 4배 이상 높았다.

베트남 내 50여개의 라면 제조사와 500종류가 넘게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라면상품은 라면 소비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베트남 라면시장의 매출액은 2015년 9억6560만여달러에서 지난해 9억8960만여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 라면시장은 장기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성장률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향후 라면시장 자체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유지한 시장 규모와 수요로 봤을 때 앞으로도 꾸준히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분석되고 있다.

 

▲ 베트남 인스턴트 라면 판매액 동향(VND억) / 유로모니터 제공

 

베트남 라면시장의 선두주자는 1993년에 베트남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 Acecook으로, 전체 라면시장 매출액의 36.2%를 차지한다.

Masan Consumer사(16.04%), Uniben JSC(12.60%)가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3개사가 베트남 라면시장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Acecook Vietnam

맛과 기술력,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베트남 라면시장의 선두주자인 일본계 외투기업 Acecook Vietnam은 1993년 베트남 정식 진출 이후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인해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2010년 대비 48.2%에서 36.2%로 10% 이상 감소했다.

Acecook Vietnam의 주요 경쟁력은 베트남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쇠고기, 해산물, 매콤한 맛 등을 기미한 현지화된 제품 라인업, 일본의 라면 제조 기술력과 철저한 품질관리 등을 손꼽을 수 있다.

현재 베트남 전역에 걸친 유통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20여개의 라면 브랜드를 공급하고 있으며, 현지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제품인 Hao Hao(하오하오) 브랜드를 포함해 현지 입맛에 맞는 제품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 Masan Consumer 

품질과 고객 서비스 향상에 기업목표를 둔 현지기업 Masan Consumer사는 Acecook Vietnam에 이어 지난해 베트남 라면시장 점유율 16.4%로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인기 제품인 Omachi의 경우 감자전분으로 만든 면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건강한 라면’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Masan Consumer는 VTV등의 주요 방송채널을 통해 광고와 프로모션 이벤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 Uniben JSC

오랫동안 베트남 라면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했던 Asia Foods사를 제치고, UnibenJSC사가 12.6%의 점유율로 베트남 라면시장 주도기업 반열에 들어섰다.

Uniben사는 일반 서민층을 타깃으로 한 라면 브랜드 Ba mien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한봉지당 가격이 3500동(170원 가량)으로 시중 판매되는 라면의 가격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2016년 Ba mien의 라면 판매량의 63%는 대도시가 아닌 농촌지역에서 발생해 농촌 지역 거주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수입 규모로 보면 베트남 라면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라면 수입액은 한국이 독보적으로 1등이다.

베트남 수입 라면시장에서 한국은 지난해 수입액이 1500만달러 이상으로 2위인 중국보다 2배 이상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다.

베트남 전통 재래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입라면을 보기 어렵지만, Coop Mart와 Big C 마트와 같은 현지 대형마트와 일본계 AEON MART, 한국계 롯데마트에서는 수입산 제품 코너가 특히 증가하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입산 라면의 유통채널이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 식품을 유통하는 K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베트남 소비자들은 한국산 라면이 현지 라면에 비해 맛이 더 좋다고 느끼며, 면발이 더 굵어 한끼 식사로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류의 영향이 라면 소비 증가에 큰 몫을 하긴 했지만, 한국 수입라면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제품 차별화와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의 경우 대표적으로 농심, 팔도, 삼양 등이 진출해 있으며, 특히 2012년 베트남 라면시장에 진출한 팔도는 한국 라면 이미지를 강조한 브랜드인 ‘코레노(KORENO)’를 출시해 베트남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 바 있다.

그렇다면 베트남 소비자들의 라면 소비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자.

봉지라면과 컵라면을 비교했을 때 봉지라면 소비가 압도적이었다. 편의점 이용 확대추세로 컵라면 시장 잠재력 또한 증가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봉지라면 소비량은 305톤 가량인 반면, 동기간 컵라면 소비량은 2만3000여톤에 그쳤다. 이러한 압도적인 소비량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봉지라면 소비량 감소와 컵라면 소비량 증가가 예측되고 있다.

베트남 컵라면 소비량 증가를 이끄는 요인으로는 대도시 지역 소비자들의 효율성과 편리성 추구로 인한 편의점 수 증가를 들 수 있다. 

대도시 젊은층 인구는 바쁜 일상 속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며, 특히 최근 호찌민시와 하노이를 중심으로 Circle-K, Family Mart와 같은 편의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컵라면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베트남의 편의점 수는 최근 10년간 10배 이상 증가해 향후 편의점의 주력 상품인 컵라면의 수요 또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맛의 측면에서 본다면 베트남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맛은 바로 ‘새우맛’이다.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맛은 새우맛(해산물맛)으로, 현지에서는 ‘Chua cay’라 불린다. 시고 매콤한 것이 특징이다.

현지 온라인 설문조사기관인 Q&A에서 베트남 소비자 26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인기라면 상위권에 모두 새우맛 라면이 등극했다.

 

▲ 베트남 현지 온라인 설문조사기관 Q&A 설문조사 결과 / Q&A 제공

 

한편 2015년 하반기부터는 7단계 매운맛으로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Mi Cay Sasin’이라는 라면가게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비록 하노이, 호치민과 같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지만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인증샷 포스팅이 유행하며, 라면 소비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발전했음을 시사한다.

 

▲ 한국의 ‘7단계 매운 맛 라면’ 가게 Sasin / 인스타그램

 

다음으로 건강 면에서 본다면 ‘몸에 좋은 라면’의 소비가 늘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소득이 상승하고, 건강 및 위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감안해서라도 건강과 영양에 초점을 맞춘 라면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Acecook Vietnam사는 현지의 이러한 소비 성향을 파악해 ‘연꽃씨앗을 첨가한 닭고기라면’, ‘호박을 첨가한 고기라면’ 등 2가지 새로운 맛을 개발하기도 했다.

Masan Consumer사 역시 ‘프리미엄 웰빙 라면’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00% 고기라면’임을 강조하며 Omachi Special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핫팟(Hot pot) 열풍으로 ‘사리용 라면’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Colusa Miliket사는 샤브샤브에 첨가해 먹는 라면인 일명 ‘사리용 라면’을 주력 판매하는 기업으로, 최근 10년간 매출이 3배 이상 훌쩍 뛰었다.

이 업체는 치열한 라면시장 경쟁으로 시장점유율 하락이 지속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베트남 샤브샤브 ‘핫팟’ 레스토랑 열풍으로 인한 라면사리 수요 증가로 매출이 크게 올랐다.

이미 끓어오른 베트남 라면시장에서 진출 기회를 엿본다면 인스턴트여도 건강하게, ‘깨끗하고 건강한 라면’을 강조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베트남에서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중산층이 형성되고 생활수준이 개선됨에 따라 건강한 먹거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라면 영양성분과 더불어 라면 가공 과정에도 관심도가 높아져 튀기지 않은 라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육류와 채소류를 함유해 맛과 건강에 초점을 둔 프리미엄 라면 브랜드가 향후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안전성’을 키워드로 강조한 제품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 또한 제품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력 구축 등이 요구된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치열해진 라면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유통망을 넓히고 제품차별화를 통해 세분시장 공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현지 라면시장 선두업체 브랜드 소비에 익숙한 베트남 현지인들의 소비성향과 저렴한 현지라면 제품 특성으로 인해 한국 제품이 ‘가격’으로 경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베트남의 라면시장은 Acecook Vietnam, Masan Consumer사 등의 현지화된 제품으로 장악돼 있는 실정이며, 향후 현지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와 국내외 기업들의 시장진입 가속화가 전망되고 있다.

심수진 KOTRA 베트남 하노이무역관은 “건강한 라면으로 인기를 얻은 Masan consumer와 농촌 지역 주민들을 공략한 저렴한 라면으로 매출을 올린 Uniben JSC사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산 라면의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비싼 가격으로 현지 라면만큼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현지 유통망을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도시 중심 ‘중산층’의 세분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KOTRA의 허락하에 『해외시장뉴스』를 편집했으며 스타트업에 도움을 드리고자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