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감자빵을 먹어 본 적이 없다. 감자랑 비슷한 모양의 빵은 동네빵집에서 보기는 했던 것 같다. 감자빵을 다시 소환하게 된 지금 이걸로 유명해진 이미소 대표의 책을 보면서 예전 기사들이 떠올랐다. 2020년 가을에 빵으로 유명한 대기업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감자빵을 무단 도용했다는 기사와 함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일이었다. 그때 감자빵은 페이크 빵의 일종인데 왜 이리 소란스러울까 정도로 생각했었다. 단순히 대기업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는지, 지방의 작은 빵집이 과도하게 대응한 건 아닌지 하는 의아심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22년이 되었고 1월 처음으로 산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그때랑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훌륭한 창업자가 쓴 자서전이나 기업경영자의 책을 읽으면 그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노력, 창조성, 끈기, 배짱 등을 배우곤 한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자서전, 넷플릭스를 창업한 리드 헤이스팅스, 마크 랜돌프의 ’넷플릭스는 어떻게 성공했나‘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대 창업주 정주영 자서전까지 책을 보면서 배우는 내용은 주로 영웅 같은 대단함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자서전과 성공담을 읽다 보면 끝까지 성공한 사람만 있지는 않았다. 한때 대단한 사업가였던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 샐러리맨 신화를 쓴 STX조선해양 강덕수 회장 등 그들이 일군 회사는 해체되거나 매각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후까지 살아남은 회사를 키운 창업자의 책은 읽어도 살아있는 창업자의 책은 어딘지 모르게 꺼려지긴 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이유를 최근에야 알았다. 이미소 대표가 운영하는 ‘감자밭’을 보면서였다. 그건 단지 성공한 이야기가 사업에 성공해서 대단한 기업이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사업의 힘든 과정과 사업의 가치보다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라는 얘기만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서른 한 살의 농사꾼이면서 사업가인 이미소 대표가 얼마나 크게 사업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지 않는 게 낫다. 그게 아니라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에서 감자의 가치와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그녀의 사업을 시작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 봐도 좋다. 감자를 왜 다양하게 키워야 하는지, 왜 파리바게뜨라는 대기업이 감자빵을 복사하면 안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이미소 대표의 아버지와 그녀가 고민했던 감자 종자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면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준 불태우는 옥수수밭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감자의 종자가 단일화된다면 영화 속 장면을 보게 되는 날이 올 거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종자 보급과 농가소득을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 사업을 키운 성공스토리를 보는 게 아니라 사업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글에서 우스갯소리로 마트에는 두 가지의 당근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세척 당근’, 다른 하나는 ‘안 세척 당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다양한 종자가 있지만 판매되는 종자는 한가지이고 그것마저 외국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청양고추는 몬샌토에 내고 있고 시금치 사용 종자료는 덴마크에, 화훼종자 사용료는 네덜란드에 내는 현실을 깨우쳐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감자는 수미감자라는 품종이라 농심에서 만든 ‘수미칩’이라는 과자도 있다. 수미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던 사실이 부끄러웠다.
20대에 창업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짧지만 경험했던 워킹홀리데이, 벤처창업 ‘언더독스 사관학교’, K-스타트업에서 진행하는 각종 창업프로그램, 청강대 푸드스쿨과정 등 끊임없이 도전하고 공부하는 모습에서 창업자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보는 듯했다. 그녀의 책을 덮고 나의 대학 생활을 떠올려 봤다. 나는 20대에 무슨 생각을 했던가. 창업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있던가. 취직을 하는 게 인생의 목적이었던가. 다시 한번 늦은 나이에 가치를 찾는 창업을 떠올려 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 글맛 칼럼리스트 김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