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페트릭 헨리(1735~1799)는 1775년 버지니아 의회 연설에서 영국으로부터의 자유를 이렇게 절규했다. 이 말은 이제 미국인이라면 유치원생도 아는 명언이 됐다. 물론 어느 정도 미국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문장이 됐다. 누가 뭐래도 자유는 소중하다. 아니 너무 소중해서 소중하다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얼마를 주면 노예로 살 수 있는가? 묻는다면 아마 얼마를 받으면 노예로 살 수 있다고 답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 믿는다. 노예가 진정 무엇인지 모르거나 노예가 받은 돈은 결국 주인의 것이 된다는 상식조차 모르는 바보가 아니라면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노예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딘가에 불법적으로 납치되어 감금과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사람은 있을지는 몰라도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불법이라 규정되었고 공식적으로 금지되었음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예가 사라졌다고 하면서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노예계약’이니 ‘현대판 노예’라느니 하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는 과거 시대 노예만큼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무언가 힘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고 약자가 강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분명히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현대사회에서 누가 강자고 누가 약자일까? 만약 약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약자까지도 고려하는 강자라면 여기서 말하는 강자라고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가 부정적으로 보는 강자는 바로 약자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결정과 집행이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조직이자 권력을 가지고 있는 주체는 국가다. 정치적으로는 국가이지만 실체로는 ‘정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과연 정부는 강자인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맞다. 그럼 앞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강자인가? 필자는 모르겠다. 왜냐면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은 정부의 부동산 관련 증세를 약자인 (부자?)국민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집이 없는 사람은 이를 다수의 (가난한)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견이 나뉜다면 정부가 부정적인 강자인지 여부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정부의 정책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이 아니라 단지 정부 내지 공무원의 편의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판단은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그 공무원은 국민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일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정책 곳곳에 정부의 편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필자는 느껴진다. 특히 정책이 시장의 법칙과 생리를 거스르고 자꾸만 벌칙을 무기로 일방적인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시장을 인정해야 시장을 지원할 수 있고 시장을 지원해야 시장이 손을 잡아준다. 하지만 시장을 인정하지 않고 자꾸만 시장을 거스르는 규제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시장은 더욱 혹독한 반격을 가해올 뿐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도 정부는 시장을 인정하지 않고 거스르는 규제를 하려고 할까? 결국은 정부의 근시안(近視眼)이 그 원인이다. 분야에 따라서 시장은 긴 호흡주기를 갖는다. 태동-성장-성숙-쇠퇴라는 모든 자연이 그러하듯 시장 역시 이러한 라이프사이클을 가지며 모든 성장에는 아픔이 따르고 모든 성숙에는 실패가 전제된다. 아픔과 실패가 바로 라이프의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자 자연스러움 그 자체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싫어한다. 왜냐하면 정부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은 시장의 라이프사이클에 비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라이프사이클은 5년이다. 초기 안정에 필요한 시간과 후반 레임덕 기간을 빼면 고작 4년 남짓하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시장의 라이프사이클에서 발생하는 아픔과 실패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고 자꾸만 개입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개입 자체가 아니라 개입하는 정부 내지 공무원의 능력이 시장의 능력보다 일천(日淺)하다는 데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능력은 안 되면서 열정만 많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열정만 가지고 개입하여 어떻게든 시장의 아픔을 줄이려, 실패를 없애려 하나 결국 더 큰 시장의 교란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국민의 지지도를 끌어 올리려 더욱 강경하고 더욱 외골수로 정책이 집행해 나가게 되고 결국 가장 편하지만 가장 효과가 없는 금지와 규제가 넘쳐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자위한다. ‘정부는 최선을 다했어…….’
정부는 법(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법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시장을 바꾸는 것도 아니다. ‘法’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물(水)’이 가는(去) 것이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거슬려서 어찌해 보려는 자세가 아니라 시장을 인정하고 그 시장의 움직임을 주밀하게 살펴서 그 시장의 흐름을 따라 물을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물을 타고 물 위에서 멋지게 서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디 욕심과 명예욕을 버리기를 소망한다.
박승룡 vip@robust.company글로벌 프랜차이즈학 석사가천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프랜차이즈 코스닥 상장 및 유통분야 전문 자문로버스트행정사사무소 대표 공인행정사로버스트컨설팅 대표 가맹거래사